곽동수
kdstv2019@gmail.com | 2024-01-01 14:34:27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자신이 다른 이들로 부터 많이 들었던 말일 수 있다.
일정 나이를 넘어선 이들은 어느새 부모와 닮아버린 자신의 모습과 말투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지적받은 부분을 그대로 다른 이에게 전가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영화 '서울의 봄'이 1200만 관객을 기록한 가운데 오늘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를 들으며 새삼 전두환 시절의 슬로건이 생각났다.
정의사회 구현(正義社會 具現).
1980년대초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는 거의 모든 관공서에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문구를 걸었다.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정부로서는 그들이 가장 많이 듣던 말을 앞으로 향할 목표로 삼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1일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고 말했다.
"부패한 패거리 카르텔과 싸우지 않고는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이 말은 정말 윤 정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 누구보다 이념이 중요하다며, 자유 민주주의를 해치는 이들을 가만 두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았던 이들은 양평 고속도로로 대표되는 이권 챙기기에 나섰고, 검찰 독재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올 정도로 패거리 카르텔을 이끌어 왔다.
정치 경험없는 검사를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보내면서 야당을 상대로 선전포고 하는 모습은 곧 이어질 법조인 출신의 공천관리 위원장이 오면 완성된다고 보는데... 누가 누굴 보고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이라고 하는지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이에게 불출마를 강요하자 버스 92대에 수많은 지지자들을 태워 힘을 자랑하던 그 유력 정치인은 울며 겨자먹기로 '잠시 쉬어간다'고 선언했다.
과연 그 자리에 누가 들어가는지 지켜보면 패거리 카르텔을 언급한 오늘의 신년사는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것이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올해도 국민의 자유를 확대하고 후생을 증진함과 아울러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어떤 이는 86세대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에게 북한과 잘 지내야 한다는 이념을 강요하고, 영수증 유효기간이 끝난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된다며 '그들만의 리그'로 폄하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공고히 기득권을 지켜온 패거리 카르텔이라면, 그렇게 이권을 챙겨왔다면, 왜 몇 년씩 질질 끌어가며 금전 흐름없이 누군가의 증언에만 매달리는 재판을 진행중인 것일까.
윤 정부는 지난 1년 8개월동안 주변에서 들었던 고언(苦言)을 신년사로 토해냈다. 이런게 바로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무언가 훔치러온 도둑에게 집 주인이 '뭐하는 짓이냐' 지적하자 오히려 매를 들고 나무람을 이르는 적반하장.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을 곱씹으며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대통령 부부를 건드리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적 권한을 사적으로 행사하는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이야말로 '패거리 카르텔의 패악질'을 보여주는 정점이다.
우리는 물론 가족을 건드리면 안된다는 발상은 왕정시대에나 적합한 사고방식이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며 대통령 부인에게 법적 특혜를 제공해서는 안된다.
2024년 현재 이 땅의 가장 큰 카르텔은 노조와 사교육 업체, 시민단체 등이 아니며, 윤석열 정부와 검찰 패거리들, 그리고 이에 부역하는 언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부메랑은 두 달 이내에 돌아온다. 그 때가 얼른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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