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 김기현은 ‘용산 출장소’ 대표
얼마전 국민의힘 당내에서는 김 대표는 허수아비일 뿐이며 실제로 당을 운영하는 ‘5인회’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지난 5월 30일 한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현역 의원이 지원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당 최고위원회가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데 실제 중요한 의사 결정은 다른데서 하는 것 아니냐”며 5인회 이야기를 꺼낸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2일 이 의원은 발언을 철회한다면서 한걸음 물러났다.
그렇지만 문고리 3인방, 십상시, 7인회에서 8선녀까지 당을 주무르는 비선실세의 영향력이 컸던 보수당의 과거를 감안하면 ‘실체는 누구냐’는 궁금증이 커지기도 한다.
이와 관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이 투명해지지 않고 당 운영이 투명해지지 않으면 이런 명단이 한 열 가지 버전으로 나올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요한 사실은 김 대표가 실제 권력을 쥔 사람처럼 여겨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는 선출과정부터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가장 지명도가 높았던 인물은 유승민 전의원이다.
그러나 국민여론조사를 빼고 100% 당원투표를 통해 당대표를 뽑는 방식으로 전당대회 규정을 바꾸면서 가장 강력한 후보가 제거됐다.
당시 유승민은 “나를 죽이려는 폭거”라며 윤심에 기댄 지도부를 비난했지만 민심 1위는 당심 4위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 ▲국민의힘 당대표 유력 후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후 나경원 전의원이 장관급 직책을 내려놓으며 출마의 뜻을 밝혔다.
이에 대통령실은 저출산 고령사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나 전의원이 "조율 안된 사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연일 맹비난에 나섰다.
이런 엄호사격 덕택에 김기현 당시 후보는 지지율을 조금씩 올려가며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이후 안철수 의원이 두 명의 탈락 후 부각되자 전당대회에 윤 대통령은 직접 참석해 가까스로 50%를 넘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결선투표없이 당대표로 당선됐다.
김기현 당대표 만들기 프로젝트가 실패할까봐 대통령실과 윤핵관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김 대표의 리더십을 흔드는 원인의 하나이다.
김 대표는 자신이 당대표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정적을 제거하거나 배제하는데 있어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 자력구제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다.
▲나경원과 손을 맞잡은 김기현 (사진=연합뉴스)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 세워진 리더'이기에 존중하지 않는 모습도 간간이 드러난다.
지난 15일 취임 100일은 맞은 김 대표는 여당 대표로 목소리를 내는 대신 대통령실과 뜻이 같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용산 출장소’이라는 표현마저 나왔다.
한겨레는 “김기현 취임 100일…‘용산 출장소’ 100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대표가 주도한 정책으로는 ‘천원의 아침밥’밖에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만 바라보고 정책 어젠다를 주도하지 못하면서 당내에서는 여당이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온다”고 적었다.
■ 대한민국의 현실...검사 왕국
김 대표는 "검사 공천을 하겠다, 검사 왕국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 아니겠나"라고 주장한다.
또 "민심에 부합하는 인물의 공천, 그 뜻에 있어서는 (윤 대통령과) 서로 간에 차이가 없다는 말씀을 확실히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작 이렇게 말할 때 마다 대통령과 뜻이 같다는 점을 강조하는 스타일로는 독자성은 인정받기 힘들다.
김 대표는 토론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이번 총선을 이겨야 하는데, 총선을 이기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당연한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검사를 총선에 후보로 꽂으면 필패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김 대표 발언의 발언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유권자들 입에서 “또 검사야”소리가 나오는 것은 부정적이지만 후보의 경쟁력이 의심되고 나아가 승산이 낮다 판단된다면 얼마든지 검사로 교체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장에 임명된 이복현 검사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들어 진행중인 검사들의 '영역 확대'를 보고 있자면 이미 대한민국은 검사 왕국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상황이다.
작년 6월 8일 윤 대통령은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를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했다. 소위 윤석열 사단의 막내였던 이복현의 영전소식이었다.
검사가 금감원장을 맡은 것은 1999년 금감원 출범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태핑에서 “정부 요직을 검찰 출신이 독식한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게 원칙”이라며 답했다.
이 문답이 있은 지 5시간 30분 만에 이 원장을 임명했다는 것을 보면 ‘검사 마이웨이’스타일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숫자로 보면 더욱 명확하다.
정부출범후 검찰 출신 인사는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6명, 정부 장·차관급 7명으로 윤 정부의 인사정책 기조는 ‘검사’라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검사 인사가 모두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국정원의 기조실장으로 임명된 조상준 전 서울지검 차장검사는 예산과 인사를 총괄하는 자리로 가면서 국정원의 실세로 언급됐다.
그렇지만 불과 넉 달만에 사의를 표했다.
그것도 국정원장을 건너 뛰어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히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소위 ‘보은 인사’라는 말이 나오는 권력자의 자리를 이렇게 내려 놓았다는 것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국회 출석한 김기현 당대표 (사진=연합뉴스)
■ 김기현의 미래, 윤 대통령과 부딪힐 수 밖에 없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는 지금까지 끊임없이 용산 대통령실과 뜻이 같다며 친분을 내세워 권력을 지켜왔다.
그러나 이제까지 진행된 대통령실의 인사를 감안하면 검사를 총선에 내보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다.
이미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진 전·현직 검사도 적지 않다. 게다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차출설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절대로 검사는 나오지 않는다는 김 대표의 발언은 득일까 실일까? 혹시 이 말이 김 대표의 미래 거취를 좌우할 단초가 되는 것은 아닐까!
김 대표는 당헌·당규에 규정된 공천룰에 변화를 줄 것이냐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제도를 아무리 완벽하게 만들어도 운영하는 사람이 엉터리로 운영하면 엉망이 되는 것이고, 제도가 허술해도 운영을 잘 하면 결과는 우수한 것이다. 사람이 문제"라고 답했다.
김 대표가 공천을 끝까지 책임지고 맡아서 운영할 수 있을까.
공천 단계에서 잡음이 일어 또한번 리더십 논란에 휩싸이거나, 최악의 경우 출장소장을 바꾸라는 말이 나오지는 않을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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