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무례'발언에 사과했지만...대통령실 인식이 문제

19일 홍철호 정무수석 국회 운영위 발언에 비난쇄도
"대통령에 질문한 기자, 무례한 태도 시정해야한다"

이종원 기자

ljw777666@gmail.com | 2024-11-21 13:43:14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 당시 <부산일보> 기자의 질문에 대해 "무례했다"고 말했다가 파문이 일자 사과했다.

홍 수석은 21일 대통령실 공지를 통해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관련 답변 과정에서 정무수석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한 점에 대해 부산일보 기자분과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무수석으로서의 본연의 자세와 역할을 가다듬겠다"고 덧붙였다.

홍 수석은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의 기자회견 사과 관련 질의에 "그 질문을 한 기자는 부산일보 기자"라며 "기자의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사과를 했는데 마치 부모가 어린아이에게 '뭘 잘못했는데'라고 하는 듯한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지난 7일 부산일보 박석호 기자는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당시 윤 대통령에게 "두루뭉술하게 사과하셨다. 국민들이 무엇에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다"며 구체적인 사과의 이유를 물었다. 이후 홍 수석이 공식 석상에서 소속 매체를 거론하고, 국민 궁금증을 대변한 기자의 질문을 노골적으로 지적한 것을 두고 비판 목소리가 쇄도했다.

 

언론계는 즉각 반발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서도 사설을 통해 "질문한 기자를 지목해 무례하다고 한 것이야 말로 언론과 국민에 대한 무례"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지역기자단은 이에 하루 뒤인 20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홍 수석은 박석호 기자의 질문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 했을 뿐만 아니라, 언론의 역할과 기자의 사회적 책임을 부정했다"며 "태도를 시정해야 한다는 것은 기자들에 대한 '눈치 주기'로, 지역기자단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기자단은 취재나 언론 활동을 약화시킬 수 있는 모든 발언에 단호히 반대 입장을 밝힌다"며 홍 수석의 사과와 해명, 대통령실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비판이 쇄도하자 홍 수석이 이틀 만에 사과했지만 대통령실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이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담을 하면서 기자들이 자유롭게 질문하는 자리에서 조차 질문에 '무례했다'고 공식석상에서 비판한 것은 언론의 비판과 견제를 거부한다는 뜻일 수 밖에 없다. 

 

사과는 했지만, 파문이 끝나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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