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60주년 행사에 '尹찬양곡' 직원들 합창...들어보니 낯뜨거운 '윤비어천가'

'경호처 창설기념일' 행사를 '尹 생일파티'로 기획한 김성훈
헌정곡 제작 참여한 음악인들에 '비밀 유지 계약서' 요구
"84만 5280분 귀한시간들 오로지 국민만 생각한 당신"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대통령 태어나신 뜻깊은 오늘"

이종원 기자

ljw777666@gmail.com | 2025-01-17 13:23:56

▲ 2021.12.18 당시 국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이 지지자가 준 생일 케잌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라인으로 알려진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처장 직무대리)가 지난해 김건희의 생일 때 고급 의전차량을 동원한 이벤트를 벌였다는 의혹이 나온 가운데, 2년 전 경호처 창설기념일 행사도 사실상 윤석열의 생일파티처럼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SBS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경호처는 2023년 12월 18일 대통령실 강당에서 창설 6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당시 행사에서 경호처 직원들은 "84만 5280분 귀한 시간들 오로지 국민만 생각한 당신"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

'84만 5280분'은 일수로 계산하면 587일이다. 행사 당일에서 587일을 거슬러 올라간 날은 2022년 5월 10일,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날이다.

해당 가사는 유명 뮤지컬 '렌트'의 '시즌스 오브 러브'가 원곡으로, '52만 5600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재요 1년의 시간'이라는 가사를 윤 대통령 찬양 내용으로 개사한 것이다.

윤석열의 생일이 12월 18일인데, 경호처가 이에 맞춰 60주년 행사를 열고 축하 노래까지 부른 것으로 보인다.

 

▲ 17일 '해파버스데이 투유' 원곡을 부른 권진원의 게시글 (출처=권진원 페이스북)
다음 노래는 가수 권진원의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 가사를 바꾼 것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위해서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대통령이 태어나신 뜻깊은 오늘을 우리 모두가 축하해"라는 내용이 담겼다.

원곡을 부른 가수 권진원은 자신의 노래가 윤비어천가로 바뀐 것을 접하고 "연인들의 사랑 노래가 이렇게 개사되다니...정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호처는 대통령 헌정곡 제작에 참여한 음악가들에게 '비밀 유지 계약서'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 당일엔 가사까지 미리 녹음한 음원을 틀고 이에 맞춰 경호처 직원들이 합창했고, 해당 행사에서는 '윤석열 삼행시 선발대회' 등도 진행됐다.

행사는 당시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주관하고, 기획관리실장이던 김성훈 경호처 차장(처장 직무대리)이 기획했다고 한다.

당시 일부 직원들은 "경호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이런 일도 해야 하느냐"며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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