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사건, 검찰이 보완수사를 해서 밝혔다니요? [김헌식 칼럼]

김헌식 박사

codesss@naver.com | 2026-08-22 09:00:55

▲ 지난 4일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국회 토론회 참석한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모습 (사진=연합뉴스)


얼마 전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국회 좌담회에 참석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를 매우 강하게 비판했다.

피해 당사자가 직접 이렇게 강하게 발언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이러한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를 경험한 피해자의 고통과 분노를 누가 대신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과연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졌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성범죄 혐의가 밝혀졌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중상해 혐의로 송치했고, 검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혐의가 빠져 있었다. 바로 강간 혐의였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에는 강간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성범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추적하고 공론화한 것은 경찰이나 검찰이 아니라 방송이었다.

2023년 4월 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사라진 7분-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진실’ 편은 이 사건이 단순한 폭행 사건이 아니라 성폭행이 동반됐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이를 전 국민에게 공론화했다.

당시 의복에 피가 묻어 있는 등 나름의 정황이 있었지만 경찰은 성폭행 가능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피해자 역시 처음에는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을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이후 피해자는 항문에서 계속 피가 나는 상황 등을 통해 성폭행 가능성을 의심하게 됐다. 그러나 피해자 입장에서 이러한 증상과 성폭행을 곧바로 연결해 판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5월 22일 오전 5시쯤 부산 서면에서 발생했다. 1심 선고는 같은 해 10월 28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렸고,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돼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결국 1심 단계에서 검찰은 성범죄 혐의를 기소하지 않았고, 재판부 역시 이를 판결에 반영할 수 없었다.

성범죄 혐의가 1심에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이 알고 싶다>는 2심에서는 성범죄 혐의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23년 4월 8일 ‘사라진 7분-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진실’ 편을 통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성폭행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캡처)


성범죄 혐의는 어떻게 드러났나

성범죄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확인되기 시작한 것은 항소심 과정이었다.

항소심은 2023년 3월 15일부터 시작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이미 관련 내용을 취재·제작하고 있었고, 항소심에서 피해자와 변호인 측은 피해자의 청바지 등에 대한 검증과 DNA 재감정을 요청했다.

이후 피고인의 DNA가 검출됐고 검찰은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구체적으로 2023년 5월 22일 대검찰청 DNA 재감정 결과 피해자의 청바지 안쪽과 속옷 등에서 가해자의 DNA가 검출됐다. 이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이 나간 지 40여 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검찰은 다음 날인 5월 23일 부산고법에 기존 ‘살인미수’ 혐의에 ‘강간살인미수’ 혐의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5월 31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면서 혐의는 강간살인미수로 공식 변경됐다. 그리고 6월 12일 항소심 재판부는 강간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만약 수사 초기부터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면 피해자가 이후 가해자의 보복 협박으로 또다시 고통받는 일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 부산 돌려차기 사건 주요 경과 타임라인 (이미지=시사타파뉴스)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가 밝혀낸 것인가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주장한 성범죄 혐의를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찾아냈느냐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성범죄 혐의가 밝혀진 과정이 검찰이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을 독자적으로 다시 수사해 새로운 사실을 찾아낸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와 변호인 측이 증거조사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채택해 재검증이 이뤄졌다. 그 결과 DNA가 검출되자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했다.

검찰이 독자적으로 성범죄 혐의를 찾아낸 것이 아니라 피해자와 변호인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 방송을 통한 공론화, 항소심에서의 증거조사와 DNA 재감정이 이어진 끝에 혐의가 변경된 것이다.

절차적으로도 이를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추가 증거조사를 요청하고 새로운 증거를 확인하는 과정과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 문제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없으면 이러한 증거 확인 자체가 불가능했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없었다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성범죄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사 절차와 공판 과정에서 이뤄진 증거조사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성범죄 혐의가 밝혀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무엇보다 피해자 자신의 끈질긴 노력과 분투였다.

변호인의 조력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반대로 피해자가 충분한 법률적 조력을 받지 못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가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충분한 법률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국선변호인 제도를 제대로 확립하는 문제 역시 중요하다.


▲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토론회 연 한동훈 (사진=연합뉴스)
검찰에 모든 수사권을 주는 것이 해답인가

결국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던 상황에서도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수사 단계에서는 성범죄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

오히려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공론화한 것은 방송이었다.

물론 방송사를 극찬하거나 미화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지금도 많은 피해자가 수사기관만으로 자신의 억울함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아 방송이나 언론에 의지해 진실을 알리려 하는 현실이다.

경찰이 전적으로 수사를 담당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경찰 수사가 언제나 완벽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검찰이 수사와 기소 권한을 폭넓게 갖는 것이 모든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해답이라고 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 기관에 권한을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권한을 어떻게 적절하게 배분하고, 상호 견제와 보완이 가능하도록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6조 역시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적 구조 속에서도 검사라는 하나의 수사 주체가 모든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모든 피해자의 억울함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오히려 수사 과정에서 여러 기관이 서로 견제하고 보완하며 필요한 경우 교차적으로 사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부실 수사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거나 제대로 수사받아야 할 범죄자가 책임을 피하는 일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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