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설계한 '안산보살' 노상원 성폭행까지...뒷배 김용현

육사 수석입학, 하극상 문제 일으키다 성추행으로 불명예 전역
육사 선배 김용현의 도움으로 민간인 신분으로 영향력 행사
"윗사람 모시는 재주 탁월" 전역 후 점집 차리고 역술인 활동
계엄 전 1일, 문상호 등 3명과 롯데리아에서 계엄 모의

이종원 기자

ljw777666@gmail.com | 2024-12-20 10:43:23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사진=연합뉴스)

 

군 병력 1500여 명이 동원된 12·3 비상계엄의 '비선 실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계엄을 사전 모의·기획한 혐의를 받고 있는 노 전 사령관은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불러 계엄 문제를 논의했다는 '햄버거집 모의'를 열었고, 과거 성폭력으로 불명예 전역한 뒤엔 역술인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노 전 사령관은 육군정보학교장 재임 시절인 2018년 10월 1일 국군의 날에 술자리에서 여군 교육생을 성추행 해 불명예 전역한 후 2019년부터 이같은 활동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 1일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 3명과 롯데리아에서 계엄을 모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에도 노 전 사령관은 해당 점집에 머물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점집은 롯데리아 매장과 불과 15분 거리로 알려졌다.

노상원이라는 이름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 사령관에게 "육사 41기 노상원 알아요?"라고 물으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문 사령관은 "잘 모른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후 노 전 사령관에 대한 제보가 쏟아지기 시작하며 그가 군내에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1981년 육군사관학교 41기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그는 보병 병과로 군생활을 시작했으나 소령 때 정보 병과로 전과했다. 과거 '노용래'라는 이름을 사용했으나 이때 '노상원'으로 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7사단에서 대대장과 연대장을 거쳤고, 육군참모총장 수석전속부관, 대통령경호실 군사관리관, 777사령관, 정보사령관, 육군정보학교장 등을 지냈다. 구체적인 근무 시절 일화가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하극상 등 사건사고를 일으켜 문제가 된 적이 많다고 한다. 다만, 육사 출신 선배들의 비호로 별까지 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사진=연합뉴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도움으로 군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김 전 장관이 1989년 무렵 소령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경호하는 수도방위사령부 제55경비대대 작전과장을 맡을 당시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55경비대대에서 대위로 근무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은 2007~08년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육사 28기)의 육군본부 비서실장으로 일했고, 김 전 장관의 추천으로 노 전 사령관은 비서실 산하 정책부서의 과장급으로 근무하게 됐다고 한다.

군 소식통들은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은 서로 성향이 잘 맞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자기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던 김 전 장관과 은밀하게 움직이며 각종 정보·풍문을 수집하는 노 전 사령관의 업무 스타일이 비슷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에 대해 "정보 보고서를 잘 쓰는 친구"라고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육사 38기 동기생 등에게도 자신의 정보를 제공했고, 주변에서 "윗사람을 모시는 재주가 탁월하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승승장구하던 노 전 사령관은 성추행으로 군생활을 끝냈다. 정보사령관을 지낸 뒤 육군정보학교장으로 있던 2018년 10월 1일 국군의 날 저녁에 술자리로 불러낸 여군 교육생을 강제로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신체 접촉하는 등 군인 등 강제추행죄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리산에 도 닦으러 들어간다"라고 주변에 얘기했다고 한다. 이후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노 전 사령관을 봤다는 목격담이 들리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이 국방부의 수장이 된 이후 노 전 사령관이 '인사 민원이 있으면 얘기하라'라고 주변에 과시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군에서 불명예 전역한 민간인임에도 과거 근무연을 적극 활용하고 다니고 있던 것이었다.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했다는 주장은 처음엔 음모론처럼 들렸지만, 그의 최근 행적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신빙성을 얻고 있다. 그는 비상계엄 직전 김 전 장관과 하루 한 차례 통화했고, 지난 1일에는 문 사령관과 정보사 소속 대령 등을 경기 안산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만났다.

노 전 사령관은 햄버거집 회동에서 "계엄이 곧 있을 테니 준비하라"라고 하거나, 정보사 인사들에게 부정선거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와 별도로 방첩사 합동수사단 내에 편제에도 없는 제2수사단을 꾸려 김 전 장관과 계엄을 모의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햄버거 회동이 있었던 패스트푸드점은 노 전 사령관의 점집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노 전 사령관이 불명예 전역한 후인 2019년부터 역술인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노 전 사령관은 현역 시절 전속 운전병 등을 뽑을 때 생년월일을 물어보는 등 명리학에 심취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계엄 실패 이후 군내에선 "본인의 미래는 잘 보지 못하는 것 같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경찰공조수사본부는 노 전 사령관을 김 전 장관의 ‘비선 문고리’로 보고 있다. 한 손으로는 이번 계엄의 ‘키 맨’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귀를 붙잡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인사 민원’ 등을 미끼로 현역 군 장성들을 쥐락펴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육군소장) (사진=연합뉴스)

 

평소 “진중한 성격”으로 평가받던 문상호 현 정보사령관까지 계엄 실행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된 배경에도 결국 노씨가 있다는 관측이다. 문 사령관은 상반기 정보사 블랙요원의 기밀 유출과 하극상 사건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상태였다. 그런 그가 노씨에게 구명을 청탁하고, 지난달 장성 인사에서 실제 유임되자 계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됐을 것이란 관측이 군 내에선 지배적이다.

노씨와 문 사령관은 박근혜 정부 때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 밑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고 한다. 노씨는 대전고, 문 사령관은 대전 보문고로 동향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한편 경찰은 롯데리아 모의에 참여한 또 다른 민간인 김모 전 대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내란실행 혐의로 체포됐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그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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