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박사
codesss@naver.com | 2026-02-23 20:00:01
법의 이름은 같지만, 그 적용이 누구에게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사법 정의에 대한 신뢰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대법관 지명자로 오석준 후보자가 내세워졌을 때, 그의 과거 판결은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그는 2011년 운수회사에 800원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버스 운전기사의 해고를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원고는 17년간 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했지만, 해고 이후 다른 버스회사에 취업하지 못해 막노동을 전전했고, 5명의 가족을 부양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초범이었다.
시민의 발이 되어 17년간 일한 노동자라는 점은 판결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매우 부당한 해고였고, 이를 정당화한 재판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25년 4월 10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명한 함상훈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의 판결 역시 충격을 안겼다. 함 후보자는 2017년 버스요금 2,4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특히 그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1심 재판부는 횡령 금액이 미미하고, 17년간 징계 전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해고는 과도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원고 승소였다. 그러나 2심에서 함 후보자는 “버스회사의 절대적 수입원인 승차요금의 횡령은 소액이라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사유”라고 판단했다. 초범 여부보다 ‘원칙’을 강조한 판결이었다.
그런데 2026년 1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 방해 사건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특검이 구형한 10년의 절반에 해당했다.
재판부는 감경 사유로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을 들었다. 초범이라는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는 설명이었다.
이러한 초범 감경 논리는 1월 19일 또다시 등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초범, 장기간 공직 근무, 고령 등을 고려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달라도 ‘초범’ 논리는 작동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전혀 다른 판단도 있었다. 2026년 1월 21일 한덕수 전 총리의 내란 사건 판결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초범, 고령, 장기간 공직 복무 등의 사정을 감형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위로부터의 내란은 기존 판례의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그 위험성을 비교할 수 없으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 은닉·손상, 헌법재판소 위증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23년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보통 감형 사유로 고려되는 79세의 고령, 초범, 오랜 공직 복무 경력, 배우자의 인지장애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문제는 형량의 크기가 아니라, 법이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되느냐의 일관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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