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파뉴스
sstpnews@gmail.com | 2026-09-06 09:00:46
최근의 정치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함의가 있다는 점에서 영화 ‘스카페이스’(Scarface)가 새삼 추천되고 있다.
‘스카페이스’라고 하면 대개 1983년 알 파치노 주연의 작품을 떠올린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자료도 대부분 알 파치노가 주연한 ‘스카페이스’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원작이 따로 있다. 1932년 하워드 호크스 감독이 연출한 영화 ‘스카페이스: 국가의 수치’다. 알 카포네(Al Capone)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며, 이 영화 역시 아미티지 트레일(Armitage Trail·본명 모리스 쿤스)의 동명 소설에 토대를 두고 있다.
‘스카페이스’는 알 카포네의 별명이다. ‘스카’(scar)는 흉터를 뜻하므로 스카페이스는 말 그대로 ‘흉터가 있는 얼굴’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알 카포네의 얼굴에는 흉터가 있었고, 영화에서는 이를 더욱 크고 뚜렷하게 표현했다.
1983년 작품에서 알 파치노가 연기한 토니 몬타나의 얼굴에도 흉터가 있다. 흉터는 그가 살아온 폭력적인 세계와 갱스터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표식과도 같다.
그러나 1932년작과 1983년작은 여러 면에서 판이하게 다르다. 1983년 작품은 브라이언 드 팔마가 감독하고 올리버 스톤이 각본을 맡았다. 기본적인 서사 구조를 제외하면 사실상 원작을 대폭 재해석한 작품이다.
1983년작은 초반부부터 쿠바 난민과 미국 사회의 이민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다. 이 과정에서 올리버 스톤의 관점도 읽을 수 있다. 국가, 특히 범죄 척결을 담당하는 경찰의 시각은 거의 배제한 채 범죄조직 내부의 갈등과 세력 다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1932년 작품은 금주법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범죄의 핵심 대상이 밀주다. 반면 1983년 작품의 중심에는 마약이 있다.
1932년작의 토니 카몬테를 연기한 폴 무니는 우크라이나 출신 배우다. 토니 카몬테는 이탈리아계 이민자로 설정돼 있지만 이러한 배경은 영화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반면 1983년작에서 이탈리아계 미국인 배우 알 파치노가 연기한 토니 몬타나는 쿠바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범죄자로 등장한다. 이 작품의 토니 몬타나는 알 카포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새로운 인물이다. 미국에 도착한 그는 영주권을 얻기 위해 쿠바의 전직 정부 관계자 에밀리오 레벵가를 살해하면서 미국 범죄세계에 발을 들인다.
지금의 정치 상황에 견주어볼 때 특히 주목할 작품은 1932년작이다.
남부 경쟁조직의 보스 루이 코스틸로(Louis Castillo), 이른바 ‘빅 루이’를 토니에게 살해하도록 명령한 인물은 자니 로보(Johnny Lovo)였다. 자니 로보는 남부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루이를 제거하라고 지시하면서도 북부지역은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며 모든 일에는 타이밍과 순서가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토니 카몬테는 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 그는 남부의 자니 로보 자리만 노린 것이 아니라 북부의 밀주지역까지 공격한다. 기존 세력을 모두 제거하고 모든 것을 독차지하려 한다.
토니의 파멸은 상징적이면서도 실제적이다. 지나친 소유욕과 통제욕에 사로잡힌 그는 자신이 가장 아끼던 부하이자 친구인 기노 리날도를 직접 죽인다. 그 과정에서 하나뿐인 여동생 프란체스카마저 잃는다.
1932년작과 1983년작의 가장 큰 차이는 파멸의 마지막 방아쇠를 누가 당겼느냐에 있다. 1932년작에서는 공권력이 토니를 무너뜨리고, 1983년작에서는 더 거대한 범죄조직이 그를 제거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직 안에서 원칙과 가치를 지키고 무리한 확장을 자제했다면 토니는 파멸에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단기간의 이익에 급급해 원칙과 가치를 저버리고,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세력 확장에만 골몰했다. 배신도 서슴지 않았다.
권력과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했지만 결국 자신이 만들어낸 조직과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부에서부터 스스로 붕괴했고 주변 사람들까지 함께 무너뜨렸다.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 욕망이 계속 팽창하면 조직은 내부에서부터 무너진다. 내부가 무너진 조직은 외부의 작은 공격에도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스카페이스’가 오늘의 정치권에 던지는 경고도 여기에 있다.
외연 확장에 앞서 먼저 집안을 제대로 챙기고, 조직의 원칙과 가치를 굳건히 다져야 한다. 탄탄한 내부를 바탕으로 외연을 자연스럽게 넓혀가는 것. 그것이 조직과 권력을 오래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 시사타파NEW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