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기자
ljw777666@gmail.com | 2024-11-30 12:00:30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대학가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10월28일 가천대 교수노조를 시작으로 한 달 사이 서울대 등 전국 50개 이상 대학에서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생들과 시민사회, 종교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천주교 사제 1466명은 28일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라는 제목의 시국 선언문을 발표하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여기엔 고위 성직자인 옥현진 대주교 등 주교 5인도 포함됐다.
사제들은 "나머지 임기 절반을 마저 맡겼다가는 사람도 나라도 거덜 나겠기에 '더 이상 그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낸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향해 "자기가 무엇을 하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국민이 맡긴 권한을 여자에게 넘겨준 사익의 허수아비"라고 지적했다.
또,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니 방관하지 말자"면서 윤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하자고 주장했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 교수 및 연구자 525명은 이날 오후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역사에 대한 부끄러움, 사죄와 통탄의 심정으로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시국선언 역사상 유례가 없는 규모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선언문에서 "교내 곳곳에 나붙은 윤석열과 동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제자들의 대자보가 양심의 거울처럼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지성의 전당, 그 명예로운 역사의 흔적을 윤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공직자들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서울대가 제대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치지 못한 채 '영혼 없는 기술지식인'을 양산해 온 것은 아닌지 참담하다"고 밝혔다.
또한 길어지고 있는 의료대란과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세수 결손과 경제성장률 하락, 윤 정부의 대북 안보와 외교 정책도 조목조목 비판하며 "윤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야 한다. 한국 사회의 장래를 위해서 그의 사퇴는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교수들에 이어 대학생들까지 시국선언을 했다. 29일 전북윤석열퇴진대학생행동은 윤석열 정부를 민생 파탄과 역사 왜곡의 상징으로 규정하면서 "한국 정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친일적 행보를 참을 수 없었다"며 비판했다. 또 "청년들의 취업 걱정과 물가상승으로 인한 생활고를 외면한 채 청년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더 이상 청년들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26일에는 대전 지역 시민사회와 원로, 종교계, 학계 인사 262명이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더는 피해자가 되는 것도, 침묵의 방관자가 되는 것도 거부한다"고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고, 강원도 노동계, 학계, 농민단체, 종교계 등으로 구성된 시민단체들도 "대통령은 거부권 남발과 검찰독재, 국정농단 등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가천대 교수노조가 시국성명을 발표한 이후로 전국에서 시국선언이 줄을 이어 최소 94개 대학에서 5300 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학 교수들이 시작한 시국선언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시민사회, 대학생, 문화예술계, 종교계로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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