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박사
codesss@naver.com | 2025-11-23 09:00:44
시민 참여 없이 강행된 730억 ‘감사의 정원’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들의 반대에도 ‘감사의 정원’ 사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착공식을 열고 내년 4월 17일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했으며, 광화문 광장 한편에 가림막까지 설치된 상태다. 총 사업비는 730억 원(조형물 206억 원, 세종로 공원 정비 524억 원). 그중 특히 ‘받들어 총’ 조형물이 대중적 반발을 불러온 핵심이다.
100m 대형 태극기 게양대가 강력한 여론 반대로 무산되자 이번에는 의장대가 23개의 총기를 들고 있는 형태의 조형물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장은 이를 ‘자유민주주의 상징’이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광화문 공간의 성격을 바꾸려는 정치적 의도가 더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논란은 2010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설립 때와도 닮아 있다. 당시 448억 원을 들여 추진된 박물관은 “건국절·뉴라이트 관점에 기반한 현대사 왜곡” 논란이 있었고, 졸속 추진·학계 무시·편향성 문제가 지속 제기됐다. 독일처럼 오랜 공론화 끝에 건립된 것이 아니라 단 2개월짜리 1,000쪽 용역보고서로 밀어붙인 점도 시민 배제의 상징적 사례였다.
‘감사의 정원’도 마찬가지다. 유엔군 감사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전쟁의 상징물을 광화문에 세워 한국 현대사를 특정 방식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특히 광화문은 한반도의 전통·자주·문치의 공간임에도, 총검을 든 조형물이 들어오면 그 상징성 자체가 훼손된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정신과도 전혀 맞지 않는다. 광화문이 유엔군과 직접적 역사성을 지닌 공간도 아니다. 전쟁 참전국 기념이라면 부산 유엔공원이나 용산 전쟁기념관이 훨씬 적절하다.
무엇보다 시민 숙의 과정 자체가 없었다는 점이 가장 치명적이다. 한글문화연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사업에 반대했고, 82.3%는 이 사업이 추진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76개 국어·문화 단체도 “세종의 공간에 전쟁 상징물을 들이는 것은 국가 상징 파괴”라고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유엔군을 기념하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광화문이 아닌 적절한 장소에서 해야 한다”는 대안을 분명히 제시했다는 점이 특히 중요하다. 오히려 이런 방식의 설치는 참전국과 장병들에게도 누가 될 수 있다.
이전에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특정 정치 세력의 역사관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번 사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오세훈 시장의 ‘광화문 공간정치’가 반복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의도가 짙은 감사의 정원 사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평화와 시민의 공간인 광화문 광장에 전쟁과 분단의 상징물을 세우는 일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필요하다면 역사적 맥락을 왜곡해온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이전 논의까지 시작해야 한다.
광화문을 정치적 실험장이 아닌, 시민과 역사, 전통의 공간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 시사타파NEW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