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박사
codesss@naver.com | 2025-11-02 12:00:10
4·3의 진실을 거꾸로 세운 영화...박진경은 민간인 학살 주범
지난 9월 10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2〉 포스터에는 장교인 듯한 중년 남성의 옆얼굴이 실려 있다. 그런데 이 인물이 바로 제주 4·3 항쟁 당시 민간인 집단 학살을 지휘한 제9연대장 박진경 대령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제주도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박진경은 연대장으로 부임한 지 불과 43일 만에 부하의 총탄에 쓰러진 인물이다. 그는 재임 중 약 5천 명의 제주도민을 ‘공산주의자 부역자’로 몰아 체포했고, 상당수가 학살됐다. 지나치게 강경한 토벌 작전에 부하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군무 이탈자도 속출했다. 결국 9연대는 해체되어 11연대로 통합됐으며, 그는 부하들 손에 생을 마감했다. 더구나 그는 오사카 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한 일본군 출신이었다.
이때 희생된 사람들 대부분은 남로당이나 공산주의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무고한 민간인이었다. 그런 인물을 영화 포스터에 전면에 내세웠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영화는 제주 4·3 항쟁을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한 폭동’으로 규정하며, “대한민국 건국 저지이자 공산통일을 위한 반란”이라는 대사를 삽입했다.
이는 제주4·3특별법과 법원의 판결, 그리고 국가의 공식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역사 왜곡이다. 민형배 의원이 “법이 인정한 진실을 뒤집는 왜곡”이라고 비판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는 관점이 아니라 사실의 문제다. 민간인 학살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이며, 이를 ‘공산 반란 진압’으로 포장하는 것은 오늘날 불법 계엄을 합법이라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왜곡된 서사가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을 다시 끄집어내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영화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인들의 행위가 유족의 상처를 더욱 깊게 만든다는 점이다.
유족회는 또 장동혁 대표의 ‘다양한 관점 존중’ 발언에 대해 “4·3을 공산폭동으로 보는 시각까지 존중하겠다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도 “국민의힘이 이 영화를 극찬하는 것은 아우슈비츠 생존자 앞에서 나치 선전물을 칭송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제주도는 이후 학살 주도자인 박진경과 함병선 2연대장의 기념비에 ‘객관적 사실을 설명하는 안내문’을 추가로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어린이, 부녀자, 노인 등 무고한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체포·희생시킨 인물들이다.
‘제2의 건국전쟁’…정치를 이념의 늪으로
이런 와중에 장동혁 대표는 지난 10월 31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제2의 건국전쟁이자 체제전쟁”이라 규정했다. 그는 “성패는 서울에서 결정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지방선거를 정책과 민생의 경쟁이 아닌, 이념 대결의 장으로 끌고 가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서울에서 성패가 갈린다는 말은 곧 수도권 중심의 색깔론 선거전을 예고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이미 해묵은 건국전쟁 프레임을 다시 꺼내드는 정치의 퇴행이다. 이념 대결은 국민을 편 가르고, 결국 국민의힘이 스스로 ‘내란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 ‘건국전쟁’이란 말은 해방 이후의 혼란과 냉전의 유산 속에서 태어났다. 그 단어를 지금 다시 꺼내는 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역사의 상처를 다시 정치의 도구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치는 역사를 이용하는 곳이 아니라 국민을 지키는 곳이다. 이념전쟁은 더 이상 표가 되지 않는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제2의 건국전쟁’이 아니라 ‘제2의 민생회복’이다.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은 즉각 4·3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이념과 색깔론으로 선거를 치르려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민의 마음을 얻는 첫걸음이다.
건국전쟁이 아니라, 민생전쟁을 해야 할 때다. 역사를 정쟁의 무기로 삼는 한, 국민은 그 정당을 다시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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