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수
kdstv2019@gmail.com | 2024-01-22 04:19:32
윤석열 대통령실의 한동훈 사퇴요구가 불통의 아이콘이 된 용산의 결정을 부추기고 있다. 조만간 대통령실은 침묵과 소통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임명에 용산 대통령실이 관여했다는 점에 대해 모르는 이가 없지만, 불과 26일만에 이렇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당의 문제는 당이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한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언급했다. 표면적으로는 한 위원장의 사심이 들어간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 을 공천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게 그렇게 큰 일인가 하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여권의 윤 대통령 지지세력은 한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역린인 김건희 여사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작년 12월 15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마친 후 귀국한 이래, 공개 석상에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는 완전히 사라졌다. 연말 종교행사에도, 신년 인사회에도, 빠짐없이 모습을 비추던 김씨가 보이지 않는데는 이른바 '김건희 디올백' 수수 사건이 자리잡고 있다.
300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백을 전달받는 과정이 영상으로 고스란히 공개된 후, 국민의힘은 '함정취재'에 '몰카 공작' 당한 피해자가 왜 사과를 해야 하느냐고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여론은 돌아서지 않는 분위기다.
선물 창고에 보관중이든, 반환 물품 목록에 들어 있든, 본인이 직접 나서서 해명하거나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의 흐름속에 한 비대위원장이 '국민 눈 높이'를 거론하며 등 떠미는 모습이니 바로 이 부분이 대통령실을 자극했다는게 맞는 듯 하다.
어떻든, 조만간 선택의 시간이 다가올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전망이다.
지금처럼 외면하고 침묵으로 일관하자니 다가올 총선에 미칠 악영향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만에 하나 한 비대위원장이 사퇴라도 한다면 대한민국 파워 넘버원이 누군지 드러나게 된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김씨의 의혹을 설명하면 논란은 거세질 수 밖에 없다. 안 그래도 김건희 특검법 재투표를 앞둔 상황에서 오히려 재투표 가결을 부추길 수도 있다.
침묵이든 소통이든 진퇴양난인 셈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신년 기자회견도 열지 않고 특정 방송사와의 인터뷰로 진행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의도적으로 질문을 피한다면 '소프트 랜딩'은 기대하기 힘들다.
김건희 리스크가 윤 대통령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침묵을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기자회견이든 인터뷰든 김건희 리스크에 관한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는 판단은 상식적이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선물은 보관하고 있으며 선친 핑계로 찾아온 고향 선배를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김씨의 복귀 전략이 진행중이라는 루머가 퍼졌었다.
그러나 이는 김경율 비대위원을 시작으로 '김건희 리스크'를 언론에서 언급하기 시작하고 여기에 하태경 의원 등이 동참하면서 전면에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더는 기존의 복귀 전략은 먹히지 않게 된 것. 이를 방조 혹은 부추긴 것이 한 비대위원장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실이 진노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여론은 진노의 주체가 윤 대통령인지 아니면 김씨인지 더 궁금해 하는 중이다.
한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비서실장 취임 직전 KBS에 출연해 김씨를 적극 감싼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입장보다는 영부인의 입김이 더 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떻든, 주말 동안 벌어진 해프닝은 월요일에는 소강상태로 바뀔 듯 하다. 지금은 결론을 내기 힘들 뿐더러 한 달도 안돼 자신이 내려보낸 비대위원장을 또다시 교체한다면 총선의 향배는 일찌감치 결정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선택의 시간은 올 수 밖에 없다. 그저 빠른 결정이 나오길 기대해 보지만 지난 2년여를 돌아보면 기대를 접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이는 이 땅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무너져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대통령 부인이 고가의 명품 선물을 받았고 이는 어떤 핑계를 대든 사과하고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할 엄청난 사건이다.
이를 언급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언론의 비겁함과 눈치보는 대통령실, 총선의 유불리만 따지는 정치권의 모습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지 오래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이제는 대통령실 스탭들이 처리할 수준을 넘어섰다. 숨어 있는 것도 한 달이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더 이상 끌면 그나마 남은 국민들의 자존심에 먹칠하는 것을 넘어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든, 김건희씨가 직접 나서든 조속히 해결하기를 바란다. 이 지긋지긋한 리스크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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