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수
kdstv2019@gmail.com | 2024-01-11 08:00:21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에 불법 사찰을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5부(한숙희 부장판사)는 10일 조 전 장관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조 전 장관에게 위자료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조 전 장관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11년과 2016년 국정원이 자신을 사찰하고 여론 공작을 펼쳤다며 2021년 6월 국가를 상대로 2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국정원의 활동을 포괄적인 하나의 행위로 보고 '국가가 조 전 장관에게 5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2심은 두 시기의 활동에 연속성이 없다고 봤다. 이에 소멸시효를 각각 나눠서 판단하면서 배상액이 줄었다.
재판부는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SNS에 조 전 장관을 겨냥한 비방 게시물들을 작성하고 활동 결과와 여론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한 점과 관련해서는 소멸시효가 지나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봤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피해를 안 날로부터 3년, 행위가 발생한 시점부터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재판부는 "2011년 1월∼5월 국정원의 행위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 세력을 제압하려는 활동의 일환으로 원고에 대한 공격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이 그로부터 5년 넘게 지난 2021년 6월 제기됐기 때문에 시효가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반면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이 조 전 장관의 사드 배치 반대 활동과 관련해 비난 여론을 형성하려 한 점에 대해서는 "국정원장이 2021년 5월 이같은 행위를 공개하면서 원고가 피해 사실을 인지했고, 3년 내에 소송을 제기해 시효가 소멸되지 않았다"며 국가가 1천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이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그 위법성의 정도가 중하다"며 "원고는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그 이유도 모른 채 압박감을 겪는 등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원고에 대해 중립적인 내용을 수집하기보다 원고의 활동을 사찰하는 측면에서 관련 문서가 작성됐고, 원고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드 배치를 비판하자 정보를 수집한 것이기 때문에 국정원의 업무 범위에 속한다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국민 개인을 사찰하는 것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불법성을 엄중하게 봐야 한다"며 "국정원의 업무 범위가 아님에도 전략과 계획에 따라 원고를 사찰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국정원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자신을 사찰하고 여론 공작을 펼쳤다며 당시 “국정원이 조 전 장관을 '종북세력', '종북좌파', '대한민국의 적'이라 규정했다”며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당시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2011년도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문서에는 조 전 장관을 '종북세력', '종북좌파', '교수라는 양의 탈을 쓰고 체제 변혁을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늑대'로 규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내용으로 국가가 개인을 상대로 한 공작이 엄연히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가 지나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본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 쪽은 국정원이 벌인 일들로 조 전 장관이 4대강 사업을 비판한 점에 대해 사찰, 조 전 장관에 대해 ‘국립대 교수라기보단 정치인처럼 행동한다'는 비방, 조 전 장관의 딸을 언급하며 인과관계가 없는 인격 비방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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